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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게임패드

요즘 게임의 '게'만 꺼내도 이상한 시각으로 보는 이들 때문에 좀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함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즐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일 겁니다. 출퇴근할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처럼 짜투리 시간을 보낼 땐 모바일 게임만큼 좋은 게 없죠. 구글 플레이나 삼성 앱스, 티스토어 같은 앱 장터에서 게임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게임을 즐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진짜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는 스마트폰에서 게임을 즐기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을 겁니다. 바로 손맛이죠. 스마트폰의 터치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는 있지만, 역시 컨트롤러를 들고 방향을 바꾸고 버튼을 누르는 맛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적지는 않을 듯합니다.

삼성 게임패드

다행히 이렇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휴대용 게임 컨트롤러가 나오고 있고, 안드로이드 API를 이용해 휴대용 컨트롤러를 함께 쓸 수 있는 게임들도 쏠쏠치 않게 등록되어 있습니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구할 만한 컨트롤러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삼성에서 스마트폰용 게임 컨트롤러(EI-GP20)를 내놨더군요. 이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는 원래 갤럭시 S4 때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디자인과 기능 일부를 보강한 새 버전을 갤럭시 노트3를 발표했던 IFA 언팩 행사에서 공개했고 이제야 국내에도 풀린 듯하네요.

GP20의 만듦새는 여느 게임 콘솔용 패드처럼 평범하게 보입니다. 두 개의 아날로그 패드과 하나의 방향 패드, 4개의 일반 버튼과 양손 검지로 누르는 두 개의 트리거 버튼, 그리고 시작과 선택을 위한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ABXY 표기 대신 점으로 버튼을 구분해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 이것은 조작하면서 익숙해져야 하는 부분일 듯하네요. 특이하게 플레이 버튼이 추가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연결은 블루투스로 하지만 설정은 어렵지 않습니다. 게임 패드의 스위치를 켠 다음 갤럭시 노트3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NFC를 활성화 한 뒤 뒤쪽에 있는 N이라고 써진 부분에 대기만 하면 페어링이 자동으로 됩니다. NFC로 간단하게 두 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터라 블루투스 장치를 찾아서 연결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한번 페어링을 해 놓으면 나중에 게임 패드의 전원을 켰을 때 자동으로 연결됩니다.

두 장치의 연결이 끝나면 갤럭시 노트3를 게임패드에 거치할 수 있는데요. 게임패드의 위쪽 거치 부분을 잡아 뺀 뒤 갤럭시 노트3를 꽂아 밀어 올리면 됩니다. 스프링 강도가 제법 센 편이긴 하지만 한번 거치된 갤럭시 노트3나 스마트폰을 꽉 잡아주는 덕분에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음량 버튼을 아래로 향하게 거치해야 하는 데 이 때문에 음량을 조절할 때 불편한 부분이 있더군요.

삼성 게임패드

갤럭시 노트3를 거치해보니 화면을 보는 각도는 잘 맞는 듯합니다. 너무 누운 것도 아니고 너무 세운 것도 아닌 데다 전원이나 음량 버튼이 눌리지 않게 고정하는 부분을 적당하게 줄였네요. 반면에 게임 패드보다 스마트폰이 무겁다보니 그쪽으로 무게가 쏠린 탓에 바닥에 내려두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쪽으로 넘어갑니다. 패드가 더 무거웠다면 바닥에 내려 놓았을 땐 안정적이지만, 손에 쥐었을 때 무거워서 오래 들고 게임하기는 어렵겠네요.

이 게임 패드가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여러 스마트폰과 잘 어울리지만, 갤럭시 노트3에 게임 전용 기능을 넣은 터라 약간 다른 메뉴를 갖고 있긴 합니다. 갤럭시 노트3에 조금 더 최적화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갤럭시 노트3에 설치된 게임들을 고를 수 있는 게임 전용 모바일 콘솔 메뉴가 뜹니다. 설치되지 않은 게임을 누르면 삼성 앱스의 게임 카테고리에 들어가 무료 게임을 다운로드하거나 유료 게임을 구할 수 있죠.

삼성 게임패드

모바일 콘솔을 이용하니 즐길 수 있는 게임 목록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선 좋습니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나 다른 경로로 설치된 게임은 이 목록에 나타나지 않고 등록도 할 수 없어 안타깝더군요. 이 게임 메뉴에 들어 있는 게임은 모두 39개. 하지만 모바일 앱스를 끄고 삼성 앱스에서 다시 모바일 콘솔을 찾아서 설치하면 42개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조이패드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42개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삼성 앱스에서 조이패드 지원 게임이 42개라는 이야기일 뿐이지요. 실제 조이패드 API를 적용한 게임은 1천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좀더 손쉽게 모바일 콘솔 화면에서 고를 수 없는 점은 답답하더군요. 게임 전용 화면의 구성은 나쁘지 않은 데 이용자가 설정할 수 있도록 보강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설정을 끝내고 몇 개의 게임을 깔아 조이패드와 함께 즐겨보니 확실히 터치보다는 손맛은 나은 듯했습니다. <버추어 테니스> 같은 스포츠나 <립타이드 GP2> 같은 레이싱 게임을 해보니 터치스크린 때보나 방향이나 버튼의 입력이 더 정확한 터라 잘못된 조작에 따른 스트레스는 한결 줄더군요.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은 스틱 패드가 너무 납작하고 처음엔 부드럽지 않은 터라 엄지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플라스틱 재질이라 조금 미끄럽다는 점입니다. 오른쪽 스틱 패드도 감도가 너무 높은 것인지, 아직 덜 부드러워진 때문인지는 몰라도 <데드 트리거>처럼 어느 정도 정확성이 필요한 게임에서 총구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쉽진 않더군요.

하지만 좀더 단순한 게임에선 고민이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것이 에뮬레이터 게임인데요. 옛날 오락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MAME와 같은 에뮬 게임들은 조작성이 복잡하지 않은 덕분에 게임 패드와 잘 어울리더군요. 안드로이드용 MAME 앱들은 별다른 설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이러한 조이패드를 바로 알아채므로 쓰기도 편합니다. 더구나 select를 동전, start를 게임 시작 버튼으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마치 MAME 앱에 미리 짜맞춘 듯한 인상도 들더군요.


더불어 스마트폰을 게임 패드에 꼭 거치하고 쓸 필요는 없습니다. 블루투스로 연결되니까요. 때문에 스마트폰을 TV와 연결하고 멀리 떨어져서 게임패드로 즐기면 말 그대로 게임기처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떨어진 거리와 TV에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서 반응 속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이 차이를 줄이려면 TV의 화면 모드를 게임 모드로 전환해야 합니다. TV의 화질 개선 알고리즘에 따라 갤럭시 노트3에서 들어오는 영상이 조금 늦게 뜨는 현상이 있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이 게임 패드가 완벽한 제품이라 말할 수는 없어도 게임의 맛을 더하는 양념으로 쓸 수는 있을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