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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지금의 위치를 차지하는데 있어서 절대 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그리 열심이지 않았죠. 당시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G1이나 최초의 GED[각주:1]인 넥서스 원은 모두 hTC에서 만들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데면데면한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와의 관계가 밀접해진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선 윈도우폰7의 출시 일정이 미뤄지면서 현실적으로 아이폰과 대항 가능한 플랫폼이라고는 안드로이드 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크겠죠. 그렇게 해서 갤럭시A가 탄생합니다.


1. 삼성 최초의 안드로이드, 갤럭시A


갤럭시A는 삼성전자가 국내에 출시한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입니다. 2010년 4월에 등장하여 720MHz의 TI OMAP 프로세서에 3.7인치 AMOLED Plus 패널, 그리고 안드로이드 2.1을 탑재하고 나온 이 제품은 이미 국내에 소개되었던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보다 한결 나은 성능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이 갤럭시A 자체는 당시에 나왔던 경쟁사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비해 여러 면에서 뛰어난 편이었지만 문제는 제품에 있지 않았습니다. 후속작인 갤럭시S가 일찍, 그것도 너무 일찍 나왔기 때문입니다.

플래그쉽 모델인 줄 알고 갤럭시A를 구입한 이들은 많이 놀랐을 겁니다. 두달도 안 되어 갤럭시S가 출시된 것이죠. 많은 소비자들이 실망했고 예전의 옴니아[각주:2]처럼 삼성전자가 업그레이드 지원을 끊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갤럭시S와 마찬가지로 2.2 프로요 업데이트를 거쳐 2.3 진저브레드까지 무사히 업그레이드됩니다.


2. 갤럭시S, 세계로 뻗어나가다


갤럭시A 구입자에게 다소 배신감을 안겨주었을지 몰라도[각주:3] 두달 만에 출시한 갤럭시S는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립니다. 2010년 6월에 등장한 갤럭시S는 4인치 Super AMOLED 패널에 엑시노스 3110 1GHz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나와 당시로써는 최고의 성능을 뽐냅니다. 이는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지며 9월 1일자로 국내 스마트폰 역사상 처음으로 1백만대 판매를 돌파하고 글로벌 1천만대 판매도 이뤄냅니다.


국내에는 갤럭시U, 갤럭시K, 갤럭시S 호핀 등 배리에이션 모델이 나왔으며 해외로도 다양한 경로로 수출되어 갤럭시S의 형제 모델들이 큰 성공을 거둡니다. 2012년말 기준으로 전세계 2,500만대 판매를 달성하는 어마어마한 글로벌 베스트 셀러가 되죠. 덕분에 삼성전자는 당당하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합니다.

무엇보다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쓸만하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준 공로에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도 삼성전자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갤럭시S가 가지는 의의는 또 한가지 있습니다. 옴니아2가 윈도우폰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서 갤럭시S의 펌웨어 업그레이드 지원도 빈약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2.3 진저브레드까지 무리없이 업그레이드됩니다. 그것도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로 말이죠. 다만 4.0 ICS로의 업그레이드는 안 되고 일부 기능을 포함한 밸류팩 제공으로 대신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대부분 알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의 든든한 사후 업그레이드 지원에 대한 전통을 확립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갤럭시S 출시 후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장용 플래시 메모리의 속도 문제로 인해 딜레이 현상이 발생, 전체적인 시스템 속도가 느려지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손수 루팅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존재했던 메모리 누수 현상이나 애플리케이션의 완성도 부족으로 인해 갤럭시S는 불안정한 제품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이 메모리 누수 현상은 2.2 프로요부터 수정됩니다.
그리고 AMOLED 패널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은 펜타일로 인한 해상도 저하를 문제 삼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비교할만한 제품이 없었지만 하나둘씩 비슷한 해상도의 RGB 서브픽셀이 제대로 박혀있는 패널을 달고 나왔기 떄문이죠.



3. 아이패드에 도전하는 갤럭시 탭

갤럭시S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2010년 11월, 삼성전자는 새로운 라인업을 런칭합니다. 바로 갤럭시 탭이죠.
갤럭시S와 마찬가지의 프로세서에 화면은 7인치의 1024x600 해상도를 채용한 이 제품은 이미 시장에 진출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애플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태블릿 컴퓨터 제품군에 속합니다. 화면은 각각 7인치와 9.7인치로 다르게 나왔습니다만, 아이패드를 노리고 나온 것만은 분명했죠. 다만 안드로이드는 당시 태블릿 버전이 나오지 않았을 때고 갤럭시탭 자체가 전화 기능을 갖고 있던지라 갤럭시S를 뻥튀기해서 나온게 갤럭시탭이라는 농담도 시중에 나돌았을 정도입니다.

갤럭시탭 자체는 당시에는 갤럭시S 정도의 성공은 거두지는 못했지만 이후 나올 갤럭시탭 10.1, 8.9 및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겠습니다.
특히 7인치라는 화면 크기는 나올 당시만 해도 경쟁사인 애플로부터 비웃음을 당했지만 넥서스7과 같은 GED나, 특히 애플에서 7.9인치의 아이패드 미니가 나올 정도로 태블릿에 있어서 또 하나의 표준이 된 상황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죠.


4. 구글과의 합작, 넥서스 S

2010년 12월에 발표된 넥서스 S는 삼성전자가 만들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의 제품이 아니기도 합니다. 구글이 삼성에게 주문하여 만들어 냈기 때문이죠.


GED(Google Experience Device)답게 이 제품은 말 그대로 안드로이드의 기본만 담고 출시됩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의 불필요한 앱이 안 깔린다는 이유로 GED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죠.

넥서스 S의 판매량은 대히트라고 부를 수준은 아니었지만 삼성전자에게 있어서 넥서스S는 중요한 기점이 되는 단말기입니다. 구글과의 협력을 통하여 GED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기 떄문이죠. 제원 면에서는 갤럭시S와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실제로 이후에 나온 삼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특히 시스템의 전체적인 성능과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뒤이어 나온 갤럭시 S2에도 반영됩니다.


5. 갤럭시S2, 왕좌의 자격

원래 대히트를 친 제품이 있으면 그 후속작까지 성공해야 롱런할 것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갤럭시S2는 무척 많은 관심을 모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2011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행사를 통해 공개된 갤럭시S2는 압도적인 성능의 엑시노스 4210 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채용하고 나왔으며 전작의 단점이었던 펜타일 방식 또한 Super AMOLED+라는 새로운 패널을 도입함으로서 말끔히 해결했습니다.

갤럭시S2는 그 높은 완성도로 인해 초기부터 인기몰이를 합니다. 한국에서는 발매 한달만에 1백만대를 돌파하며 한국 최초로 단일 기종 4백만대를 돌파한 모델이 되기도 합니다. 세계에서도 그 인기는 대단해서 2012년 12월말까지 4,000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달성합니다. 업그레이드 또한 ICS를 거쳐 4.1 젤리빈까지 빠르게 진행된 상황입니다.

갤럭시S 이후 본격화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성장과 갤럭시S2의 성공으로 2011년 3분기, 마침내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스마트폰 1위를 달성합니다. 이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아이폰의 애플을 앞서서 23.4%에 달합니다. 드디어 삼성전자는 명실상부한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왕좌에 오른 것이죠.





삼성전자의 빠른 변화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판매량을 일반 휴대폰이 담당하던 기업이었지만 갤럭시 시리즈의 런칭과 함께 2년이 좀 안 되는 기간 안에 스마트폰 업계의 수위가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이렇게 왕좌에 올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특히 도전을 하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는 엄청난 입장 변화도 있고 빠르게 성장한 부작용도 치뤄내야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해보겠습니다.



  1. 보통 구글 폰, 레퍼런스 폰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Google Experience Device 입니다. [본문으로]
  2. 옴니아2 계열의 OS 업그레이드는 MS가 부분입니다. 펌웨어의 문제점 수정은 갤럭시S 출시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본문으로]
  3. 갤럭시S의 출시 시기가 원래 그런게 아니라 앞당겨진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