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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금이야 갤럭시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극히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하면 갤럭시로 기억하고 있죠.

하지만 모든 성장한 것에는 그 뿌리가 없을 리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말이죠. 지금이야 세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애플이지만 예전에는 수많은 실패작 때문에 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또한 모바일 분야에서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 전에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왔고 그 가운데에는 나름 실적을 거둔 것도 그냥 실패한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마트디바이스에서는 특집으로 연재 형식을 통해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말이죠. 오늘은 그 첫번째 시간으로 제가 '모색의 시대'라 이름붙인 Before Android, 즉 안드로이드가 나오기 전 이야기입니다.


1. 다양한 시도, 다양한 플랫폼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삼성전자는 이 스마트폰, 한때 PDA폰이라고도 불리는 기기를 옴니아나 갤럭시부터 만든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에 SPH-M1000/M2000이라는 별도의 플랫폼 없이 삼성전자가 기존 PDA들의 기능을 휴대폰 입장에서 받아들여 만든 이 제품은 풀터치스크린에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웹브라우저까지 내장한 당시로써는 무척 '스마트'한 휴대폰들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타사의 플랫폼 도입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팜OS를 내장한 SCH-M330[각주:1]을 국내에 판매하기도 했고 해외에서는 노키아의 심비안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시의 휴대폰 사업부에 의해 주도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모바일 기기에 대한 도전은 휴대폰에서만 있었던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PC를 담당하던 PIC 사업부 또한 이러한 모바일 기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으로 보면 크롬북이나 넷북의 지향점과 비슷하게 만들어져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CE 초창기를 장식했던 IZZI Pro S310, 그 뒤 2002년에 처음 나온 NEXIO 시리즈는 모바일 기기 매니아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특히 5인치라는 큰 화면에 통화 기능, 스타일러스 펜의 활용을 생각해 보면 근래에 나온 패블릿이나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할 정도입니다.

컬트적인 인기를 끌며 다양한 활용도를 보였던 NEXIO 시리즈는 진행하던 PIC 사업부가 타 사업부에 흡수 통합되면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단종의 수준을 밟습니다.


비슷하게 MITs 디럭스 시리즈로 와이브로 탑재 UMPC 시장에 도전해 본 바 있습니다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UMPC 시장 자체가 그리 성공하지 못했기에 삼성전자의 또 다른 UMPC인 Q1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실패합니다.

이는 다른 제품에서도 마찬가지로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합니다. 이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에 가까웠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들이 어느 정도 실적을 낸 것은 윈도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겠죠.



2. 윈도우 모바일 시대

윈도우 모바일은 WIndows CE 커널을 기반으로 쉘 소프트웨어와 기타 애플리케이션들의 패키지입니다. PDA 시절부터 내려온 PocketPC를 이어받아 바뀐 이름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윈도우 모바일 5을 채용한 블랙잭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입니다. 블랙베리를 벤치마킹하여 QWERTY 키패드의 바 형태로 만든 이 제품은 블랙베리가 개척한 비즈니스 메시징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여 출시 3개월만에 거의 30만대를 판매하는 당시로써는 엄청난 실적을 거둡니다.

이는 후속작의 출시로 이어져 그 가운데 블랙잭과 미라지는 국내에 울트라메시징이라는 브랜드로 함께 출시되어 한국의 QWERTY 키패드 매니아들 양산에 일조합니다. 이들은 초기의 PDA 폰 시절에 비해 한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 그 인상을 바꿔주는 역할도 합니다.

울트라메시징 이후 멀티터치 시리즈로 등장한 M4650/M4655 시리즈는 LG 유플러스로만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실적을 거두죠.

다만 이때부터 이동통신사의 이기적인 면 또한 드러납니다. 특히 스마트폰에 내장된 WiFi나 블루투스, 소프트웨어에 제약을 걸어 분명 기능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막거나 제한된 쓰임새로만 쓸 수 있게 해놓은 경우가 많았죠. 이러한 행태는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든 이후 나온 옴니아 와이브로까지도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당시의 이용자들은 이동통신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갖게 됩니다.



3. 그리고 옴니아 : 변화의 아픔

아시다시피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합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전문직의 사람들이 쓰는 제품으로만 알려져 있던 스마트폰을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누구나 쓰는 제품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버립니다.

문제는 윈도우 모바일 비롯한 기존 스마트폰 플랫폼들은 아이폰이 보여준 '쉬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죠. 아니,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에는 자만에 빠져 그에 대응할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플랫폼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제조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 와중에도 경쟁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유명한 옴니아 시리즈입니다.

최초 출시 제품인 T옴니아는 당시의 윈도우 모바일 플랫폼의 스마트폰 가운데에는 최고의 제원으로 등장했고 후속작인 옴니아2[각주:2] 또한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AMOLED 패널을 채용하여 많은 관심을 받아 판매량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옴니아2 계열인 SHOW 옴니아는 3G 망과 WiFi에 더해 와이브로 망까지 지원하는 독특한 제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OZ 옴니아는 최초로 윈도우 모바일 6.5을 탑재하고 나와 빨라진 UX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처럼 '쉬움'을 구현하기 위해 윈도우 모바일을 상당 수준 뜯어고쳐야 했고[각주:3]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그리 높지 않은 시절인지라 출시 T옴니아2 출시 초기에는 소프트웨어의 불안정함, 느린 반응속도는 큰 비난을 들었고 이는 몇몇 과장광고와 함께 옴니아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집니다. 참고로 이 소프트웨어의 문제점들은 이후 윈도우 모바일 6.5의 등장과 함께 대부분 해소됩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윈도우 모바일이 윈도우폰7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버려진 모델이라는 오명을 얻었으며 이는 삼성전자의 보상안과 더불어 '옴니아 사태'라고도 불리는 이용자들의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차후 기기 교체에서 자사 제품을 선택하는 조건으로 제품의 가격을 할인해 주는 보상안을 제시합니다만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했죠.

그리고 옴니아2의 OS 업그레이드 불가라는 결정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문제가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난은 많은 고민을 하게 했음이 분명합니다. 윈도우 모바일의 차기작인 윈도우폰보다는 안드로이드를 집중적으로 키운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로 이어지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에 대해서는 업그레이드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옴니아 브랜드는 윈도우8이 등장함과 동시에 폐기됩니다. 현재 이를 대신하는 브랜드는 바로 ATIV입니다.

그런데 이 옴니아 시리즈에 대해 지금은 삼성전자 내외부 모두 안 좋게 보는 경향이 강하긴 합니다만 그 의의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옴니아 이후, 아니 옴니아부터의 삼성전자는 확실하게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죠. 그 결정의 결과물이 현재의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인 셈입니다.




자, 삼성전자 모바일 디바이스 이야기의 첫편을 이제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이 쓰시던 제품 가운데 몇몇은 이 글에서 생략이 되었을텐데 이는 분량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편에서 다루는 시기는 부제 그대로 삼성전자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이것 저것 만들고 연구해 보는, 말 그대로 모색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나온 제품들 가운데 많은 경우가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무의미한 실패는 아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일반 휴대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서도 가장 빠른 대응을 보인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죠.

옴니아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어가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때부터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시대가 개막되죠. 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급격한 성장의 기록이자 그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도록 하시죠.



  1.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국내에 나왔던 스마트폰/PDA 류 가운데에는 가장 좋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제품이었습니다. [본문으로]
  2. T옴니아2, OZ 옴니아, SHOW 옴니아를 모두 통칭하여 부릅니다. [본문으로]
  3.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분은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