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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웨어러블을 살펴보다.

해방이라는 공통 키워드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기어2와 기어 핏이 우리나라에도 정식 발매되었습니다. 비록 스마트폰에서는 경쟁사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만큼은 앞서가겠다는 의지는 이미 전작인 갤럭시 기어에서도 보였죠. 그 후속작인 기어2 2종과 기어 핏은 그 다음 단계를 향해 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기어 3종을 보면 공통된 키워드가 떠오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속이나 속박을 풀어 자유롭게 한다는 뜻을 가진 '해방(解放)'입니다.

갤럭시로부터의 해방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히트친 브랜드는 아마도 갤럭시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의 애니콜[각주:1]을 가볍게 넘어서는 정도죠. 글쓴이 개인적으로도 해외에 나가서 만난 분들 중에 많은 이들이 삼성과 갤럭시 브랜드를 잘 알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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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덕을 보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삼성전자의 첫번째 기어는 '갤럭시'를 달고 나옵니다. 갤럭시 기어라는 이름으로 나온 이 제품의 이름이 정해진 데에는 갤럭시 스마트폰들과 연계하여 쓸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갤럭시 제품군의 품 안에 폭 안겨서 나온 형태였던 것이죠.

하지만 전작과 달리 이번 제품들은 갤럭시라는 이름을 뚝 떼고 그냥 삼성 기어2, 기어2 네오, 그리고 기어 핏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됩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오는 여러가지 알림 신호도 잘 보여주지만 갤럭시 스마트폰들과 연결하지 않으면 거의 쓰기 힘들었던 상태에서 벗어나 보다 독립적인 도구가 됩니다. 기어2와 기어2 네오에는 자체 음악 플레이 기능과 IrDA LED를 이용한 리모트 컨트롤러 기능이 들어갔고 PC와 연결하여 쓸 수도 있습니다. 기어 핏 또한 불필요한 부분은 버리고 기존의 다른 피트니스용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경쟁할 수 있게 최적화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아직은 갤럭시 스마트폰으로만 기어 시리즈를 관리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이 바뀐다면 그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언제가는 기어는 기어, 갤럭시는 갤럭시로 가게 될 수도 있겠죠.


특별 관리로부터의 해방

 예로부터 디지털 디바이스들은 특별하게 '모시고' 살아야 할 존재였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같은 경우에는 100만원에 가까운 가격인지라 더욱 조심해야 했죠. 특히 물은 전자 제품에 상극같은 존재인지라 더욱 조심해야 했는데 문제는 스마트폰이 늘 갖고 다니다시피 하는 기기인지라 손에 물이 뭍기 쉬운 주부같은 경우에는 스마트폰에 물이 들어가 고장나는 경우를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에는 방수 스마트폰들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만 그 밖의 나라에서는 그런 제품을 찾기 힘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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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다행히도 올해 나온 갤럭시 S5는 플래그쉽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갖추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어2 시리즈와 기어 핏 모두 갤럭시 S5와 동일한 IP67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을 갖추었죠. IP67 등급은 각각 최고의 방진 수준과 1m 깊이의 물 속에서 3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방수 수준을 뜻합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그 특성상 스마트폰보다도 사람에게 가까이 붙어있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IP67 등급이라고 해도 러기드(rugged)라고 부를 정도로 완벽한 보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강한 충격에 의한 디스플레이의 파손은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방수 또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세찬 물살 등 수압이 강해지는 상황이 오면 방수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튀는 정도의 물기나 잠깐의 침수 상황이라면 충분히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는 점에서 확실히 좋아진 셈입니다. 아직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일단 방향은 잡힌 셈이고 후속작들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답게 더욱 막 쓸 수 있게 튼튼해지길 바랍니다.


구글로부터의 해방

 이미 많은 분들이 애플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많은 분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에게 더 중요한 점은 구글 또한 안드로이드 웨어라는 이름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용 플랫폼을 런칭시켰다는 점이죠. 이미 모토롤라와 LG전자가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밝혀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해 쌓은 노하우가 누구보다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안드로이드 웨어 진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타이젠과 별도의 RTOS를 통해 기어2와 기어 핏을 만들어 냅니다. 안드로이드를 개조하여 갤럭시 기어를 냈던 전과는 상황이 달라진 셈이죠. 한마디로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만큼은 진정 독립적인 에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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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알려진 바로는 기어2와 기어2 네오에는 타이젠을, 보다 작은 기어 핏에는 RTOS의 특별판을 집어넣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작인 갤럭시 기어도 그랬지만 기어 시리즈의 앱들은 모두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아닌 삼성 앱스를 통해서만 설치 가능합니다. 그리고 기어 시리즈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가운데 14종이 지원되고 있고 그 수는 늘어날 예정입니다만 타 회사의 모델은 지원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몇몇 이용자들은 APK 파일을 추출하여 비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죠.

이러한 독립 에코 시스템에 대한 삼성의 한 수는 성공만 한다면 이후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성공이 어렵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에코 시스템 창출에 성공한 기업이 미국의 몇몇 기업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일까요.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를 그냥 따라가도 될 법한데 삼성전자가 이런 '고집'을 부리는 것은 그만큼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성공시켜 나갈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죠.

 삼성의 기어 시리즈가 추구하는 이 '독립'이라는 키워드는 어떤 면에서 보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꿈꿀 수 있는 야망일 수도 있고 성공 가능성이 적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 제품군과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애플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도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삼성전자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이용자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할까를 잘 공부하고 앞서서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겁니다. 그러나 목표와 결과에만 집착하여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먼 길을 돌아가게 될 겁니다. 기어 시리즈가 사람이 진정으로 편하게 차리고 다닐만한(wearable) 도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는 삼성전자가 지금까지보다 더 진화된 모습으로 진정으로 홀로 설 수 있을지와도 연관되어 있는 셈입니다.




  1. 영어권을 비롯한 국가에서는 어감 때문에 애니콜이라는 이름이 빠졌다고 하죠. 그냥 삼성이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