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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 메모리(MEMORY)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데이터를 담고 보관하기 위한 저장소(storage)와 연산과 필요한 처리를 하기 위한 RAM(Random Access Memory)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시스템 차원에서 RAM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PC, 스마트폰, 태블릿을 망라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RAM은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서가 머리 역할을 한다면 RAM은 머리가 판단하고 필요한 작업을 처리하기 위한 공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일하는 공장으로 비교한다면 8명이 일을 하는데 작업대를 4개만 준다면 나머지 네명은 놀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작업대의 갯수는 RAM의 용량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요즘의 중급형 이상의 제품은 보통 2GB 이상의 RAM을 제공하며 오늘 이야기할 갤럭시 S6와 엣지 또한 3GB의 넉넉한 RAM을 내장하고 있어 아직 별 문제는 없다고 하겠다.


스마트폰 최초로 3GB의 LPDDR4 RAM을 갖고 나온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


하지만 용량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게 바로 스마트폰 역사상 최초로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에 채용된 20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LPDDR4 방식의 RAM이다. 이 LPDDR4 방식의 메모리는 기존 방식에 비해 반도체 개발에서 중요시되는 집적도 면에서 두배를 달성했다. 하지만 LPDDR4가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히 집적도만이 아니다.




빠른 속도


RAM이 성능에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데이터 전송 속도다. 공장의 예로 들면 한시간에 네개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 최소한 네개 이상의 물건을 한시간 동안 보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제대로 된 생산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컴퓨터 세상으로 돌아오면, 이 RAM에서의 전송속도 또한 성능에 중요한 이슈다. 대표적인 예로 더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등장함에 따라 보내줘야 할 데이터가 훨씬 늘어났다는 점이 있다. 이미 풀HD 2K 해상도를 채용한 스마트폰이 나온 건 2년이 넘은 일이고 최근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QHD 해상도를 채택하고 있다. 4K 해상도 제품의 출현도 이제 얼마 안 남은 셈이다. 게다가 3D 그래픽이라도 선보이게 되면 필요한 대역폭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빠른 구동과 대용량 화상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폰카메라 또한 대역폭을 신경쓰게 만드는 존재다.

LPDDR4의 속도는 기존에 많이 쓰이던 LPDDR3 방식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 다이(die) 당 두개의 채널, 한채널에 8개의 뱅크로 모두 16개의 뱅크를 가진 구조가 된 LPDDR4는 전송 속도가 3200Mb/s로 높아졌다. 갤럭시 S6를 예로 들면 기존의 플래그십 모델에 쓰이던 LPDDR3에 비해 80% 정도 빨라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속도 차이야말로 바로 LPDDR4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며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인 갤럭시 S6와 엣지에 굳이 집어넣은 까닭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삼성전자가 독자개발한 LVSTL(Low Voltage Swing Terminated Logic) IO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는 뒤에 이어질 저전력 항목으로도 연결된다.



저전력


LPDDR에서 LP가 의미하는 바가 Low Power, 저전력인 만큼 제품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빠른 속도를 보여주는 메모리 칩이라 하더라도 전력 소모가 크다면 스마트폰같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도저히 써먹을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아니더라도 배터리 효율이 중요한 초슬림 노트북에서도 LPDDR3 방식의 RAM을 채용한 경우가 있을 정도다.


다행히 LPDDR4는 성능만 높인 것이 아니다. 전력 이용 효율도 좋아졌다. 1.2~1.8V를 쓰는 LPDDR3에 비해 LPDDR4에서는 1.1~1.8V의 전압을 이용, 소모 전력을 대폭 낮추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LPDDR4로 2GB 패키지를 구성할 경우 LPDDR3 방식에 비해 무려 40%의 전력 소모가 줄어든다고 한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의 구동 전력을 줄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아실 것이다. 어쩌면 이번 갤럭시 S6/엣지가 내장 배터리 방식으로 갈 수 있게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을지도 모른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LVSTL IO 기술 또한 높은 클럭 주파수로 구동하여 높은 대역폭을 확보하면서도 최소한의 전력만 들어가게 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후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인 JEDEC에서 표준으로 확정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제 정리해 보자. 글쓴이가 PC를 많이 다루던 시절, CPU와 함께 RAM에 대한 투자는 후회할 일이 거의 없던 일이었다. 더구나 용량의 추가 확장이 불가능한 스마트폰의 RAM 같은 경우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고성능과 저전력, 고집적화를 강조한 이번 갤럭시 S6/엣지에의 LPDDR4 도입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물고를 트는 역할을 하여 초슬림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