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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MWC에서 예고했던 대로 얼마 전부터 바다 1.2로 출시된 웨이브2에 바다 2.0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갤럭시S2의 ICS 업그레이드처럼 시끌 벅적한 분위기와 반대로 너무 조용하게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바다 운영체제를 얹은 스마트폰을 쓰는 이들이 너무 적어서 그럴 게다. 그래도 제품 개발자, 상품 기획자들은 내심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현실인 것을.

바다 2.0을 올린 웨이브3가 앞서 국내에 출시된 터라 웨이브2는 이번 업그레이드로 바다 2.0을 올린 두 번째 스마트폰이 된 셈이다. 어쨌거나 필자도 며칠 전 삼성 스마트폰 매니저인 키스(Kies)를 이용해 웨이브2에 바다 2.0을 올렸다. 절차는 까다롭지 않았는데, 두 번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하는 터라 시간은 그럭저럭 걸린 듯 하다.

업그레이드를 하더라도 모든 기능이 웨이브3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사용성은 웨이브3와 비슷해졌다. 하지만 웨이브3와 비슷한 사용성이라는 말은 좋은 뜻으로 볼 수는 없다. 웨이브3부터 바다 만이 갖고 있던 전용 UI 대신 터치위즈 UI로 바꾼 터라 다른 안드로이드폰과 거의 비슷하게 보이는 탓이다. 갤럭시 계열의 스마트폰을 쓰던 이들이 바다 2.0을 얹은 웨이브2나 웨이브3를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해졌다. 홈 화면와 앱 화면을 좌우로 스크롤 하고 위쪽의 상태창을 내려 상대를 확인하거나 몇몇 옵션을 지정하는 일도 똑같다. 물론 아이콘을 바탕 화면에 배치하는 방법 같은 요소에서 그 차이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기본적인 조작은 똑같다고 봐도 좋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라이브 패널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바다 2.0을 얹은 터치 위즈 UI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으로 자주 쓰는 위젯을 분산시키지 않고 하나의 홈 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나. 검색, 현재 시각, 달력, 주요 뉴스 등 라이브 패널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패널은 거꾸로 안드로이드쪽 터치 위즈에서 채택하면 좋을 특징이기도 하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인터페이스는 아니다. 메모리 관리를 포함한 몇몇 벌레들이 잡힌 게 위안거리다. 특히 모든 프로그램을 닫을 때 강제로 메모리를 정리하며 위젯까지 닫아 버렸던 문제와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했을 때 각 프로그램의 실행을 종료하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작업 전환이 이뤄진 점이 다행이다. 사실 다중 작업 실행에 한계가 있는 운영체제라는 지적이 있지만, 어쨌거나 그 한계 안에서도 비슷하게 구현이 된 건 다행이다. 다른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앱을 설치하거나 익스체인지 서버를 통한 메일과 일정, 주소록 관리 같은 여러 작업은 크게 변한게 없지만, 소셜 허브와 브라우저, 위젯 등 약간의 기능은 보강됐다.


그런데 인터페이스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안드로이드를 올린 갤럭시 스마트폰과 비슷해 진 터라 사용성은 좋아졌을지언정 오히려 바다 2.0을 얹은 스마트폰의 색채가 무엇이냐는 고민은 더 깊어졌다. 바다 2.0이 터치 위즈 UI를 갖추는 것에 대한 문제에 앞서 늘 바다는 어떤 편의성을 가진 운영체제냐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공격이 있었고, 지금까지 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 왔는데도 아직 확실한 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삼성 웨이브 시리즈는 외형에서 과거 휴대폰과 매우 닮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화와 종료 버튼이다. 애니콜이 거의 사라질 찰나에 있지만, 웨이브 시리즈는 그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웨이브 시리즈에서 이 버튼은 통화와 종료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게 개발자나 마케팅 담당자들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이미 그 버튼을 봐 왔던 이용자들의 인식은 그렇게 뿌리를 내린 때문이다.


문제는 바다 운영체제가 버튼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자극하는 인터페이스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 버튼을 누르면 최근 통화기록이 나올 뿐 다이얼패드나 주소록 같은 전화를 거는 데 필요한 기능이 나오지 않는다. 점점 복잡해지는 스마트폰 환경에서 통화가 쉬운 인터페이스를 반영하기 쉽게 만들어 놓고는 오히려 그것을 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지만, 두 버튼의 가치를 살리는 인터페이스를 갖추지 않고는 바다 스마트폰의 색채는 조금도 강해질 수 없다. 그 두 버튼의 역할을 구체화하는 것만이 휴대폰과 스마트폰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메우는 스마트폰으로서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인터페이스를 통일하려는 시도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잘 나가는 다른 운영체제에서 썼던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묻어가려는 전략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더 편한 쪽을 반영하는 것을 무조건 욕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또한 라이브패널 같은 시도는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차용과 개선에 앞서 근본적인 사용성에 기초한 특화된 인터페이스를 구현하지 못한 점에선 아쉽다. 바다 2.0을 올린 웨이브 시리즈는 이런 편한 색채가 뚜렷한 스마트폰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오히려 바다 만의 색채는 더 옅어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