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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천하지만 스마트폰하면 꼭 블랙베리를 손에 꼽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사명은 RIM(Research In Motion)이었지만 회사보다 더 유명했던 블랙베리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쓸모있는 QWERTY 키패드의 존재였다. 작은 크기지만 훌륭한 키감으로 메시지는 물론이고 이메일까지도 자유롭게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흐르고 스마트폰 시장은 멀티미디어에 걸맞는 풀터치스크린 형으로 바뀌고 터치스크린 키보드도 발전하면서 블랙베리는 경쟁에 뒤쳐지고 이제는 보기 드문 제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블랙베리가 맛보여준 QWERTY 키패드의 매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었고, 현재의 풀터치스크린 형 스마트폰에서도 액세서리를 통해 QWERTY 키패드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최근의 존재로 갤럭시 S7과 S7 엣지용으로 나온 키보드 커버가 있다.



키보드가 아니라 키보드 커버



자, 상자다. 키보드와는 상관없는 일반적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케이스 같은 포장이다.



안에 들어있는 건 달랑 이 세가지. 고민할 구석이 없다.



큰 건 마치 보통의 백커버 같은 모양이고 작은 건 QWERTY 키패드만 따로 뗀 모습.



이런 종류의 제품을 많이 만들어 본 삼성전자답게 배열은 무난한 수준.

단, 두가지 아쉬움이 있는데 Shift(↑) 키의 경우 양쪽 다 놓을 필요가 있냐는 생각은 든다. Alt와 더불어 많이 쓰이는 기능 키라 배려한 건 알겠는데 위치가 애매해서 하나를 넣더라도 다른 키와 구별되는 모양을 가지면 좋을 듯 하다.
또 하나는 백스페이스와 ENTER. 백스페이스 누르려다가 엔터 키 누르는 일이 많다. 배치를 조정했으면 더 나았을텐데.


그리고 안드로이드답게 맨 밑에는 3대 기능키가 자리잡고 있다. 



안쪽은 밋밋하다. 그냥 밋밋하다. 물리 버튼이 있는 홈 버튼만 누르면 안쪽으로 눌리는 힘이 전달되게 만들어져 있다.



갤럭시 S7 엣지와 합체해 봤다. 우선 백커버만 붙여보니 정말 일반적인 백커버 케이스다. 미끄럽지 않아 손에 쥐기 좋은 재질로 되어있다. 백커버만으로는 합격점을 줘도 될 듯 하다.



네 귀퉁이는 철저하게 방어하지만 모서리 부분은 일부만 가려주니 알아서 조심하자. 하지만 이 제품의 합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완전 합체 모양은 이거다. 이렇게 키보드와 백 커버의 결합이라 키보드 커버인 셈이다. 갤럭시 S7 엣지가 황금의 블랙베리가 된 느낌이다.


무게는 약 38g. 갤럭시 S7 엣지와 합체하니 딱 200g이 되었다.



간단하고 편리하다



아까도 봤지만 키보드 부분은 본체와 아무런 연결된 것이 없다. 그냥 케이스를 앞 뒤로 끼워주면 작동된다. 


키보드 커버는 키가 눌릴 때마다 스마트폰의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터치하는 효과를 내줄 뿐이다. 그렇기 떄문에 본체에서 추가적인 전력을 가져가는 부분은 전혀 없다. 물론 케이스에도 배터리 같은 게 내장될 필요도 없다,



키보드의 사용법으로 알아둬야 할 점은 위 두 페이지에 나와있으니 잘 기억하자. 그런데 잠깐, 하단의 이상한 게 눈에 띄는게 그건 좀 있다가 다시 보자.



키보드 부분이 하단을 잡아먹기 때문에 실제로 쓰는 화면의 영역은 줄어든다. 상단에서 세로로 위에서 약 1808픽셀 부분만 이용 가능하다.



덕분에 화면의 UI도 위와 같이 재배치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좀 눌리는 셈.



아까 봤는데 가려서 안 보이지만 하단의 752 픽셀은 키보드를 작동할 때 이처럼 화상 키보드가 떠 있다. 덕분에 키보드 커버를 누르면 화상 키보드를 누르는 효과가 생겨서 키 입력이 되는 것. 즉, 갤럭시 S7 엣지에 이 제품을 위한 화상 키보드가 원래부터 준비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없을까?



우선 가장 중요하달 수 있는 키감은 무난한 수준이다. 블랙베리의 쫀득쫀득한 정도의 키감까지는 안 되어도 물리 키패드를 누르는 느낌을 즐길만한 수준은 된다. 


키 배치도 앞에서 말했듯이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다.



더 신경쓰이는 문제는 주로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키보드 커버를 씌운 상태에서는 몇가지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지문 인식을 쓸 수 없기 때문에 PIN 번호로 잠금을 풀어야 하며 삼성 페이를 쓸 수 없다. 화면 UI의 변경 때문인지 테마 적용도 되지 않는다.



카메라의 경우 3024x3024로 해상도가 고정되며 키보드 커버를 빼기 전에는 바꿀 수도 없다. 


이 밖에도 많은 앱에서 달라진 화면 크기에 따라 자체적으로 UI를 변경시켜 실행하지만 이로 인해 원래 되던 기능이 안 되거나 가끔 좌표계가 어긋나서 화면과 터치가 대응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키패드를 쓰지 않을 떄에는 이런 식으로 뒤에 장착하게끔 놔뒀으니 삼성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안드로이드를 삼성전자가 만드는게 아니므로 소프트웨어 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아무튼 위와 같은 문제를 만나면 이렇게 전면의 키보드를 빼서 쓰면 모두 해결이다. 장시간 타이핑할 일이 없다면 이렇게 놔두는게 속편하긴 하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새로운 삼성의 키보드 커버는 물리 QWERTY 키패드를 좋아하는 마니아를 위해 나온 제품이다. 진짜 블랙베리처럼 기본으로 쿼티 키패드를 달고 나온 제품은 아니기에 불편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장애를 넘어서라도 물리 QWERTY 키패드를 쓰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다른 써드파티 회사도 아닌 갤럭시를 만드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이 키보드 커버는 꼭 한번 관심을 가져야 할 제품이 될 것이다. 이 글이 그런 도전자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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