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삼성전자가 만드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시리즈의 역사는 첨단 기술 제품으로 보면 길다면 길고 일반적인 브랜드의 역사로 보면 짧다면 짧지만 적어도 강렬한 발자국을 남긴 것은 사실입니다.


허밍버드라는 코드명으로 그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엑시노스 3 계열은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아 당대 플래그십이랄 수 있는 갤럭시S나 넥서스S, 갤럭시 탭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 3Gs에도 그 변형판이 채택되어 널리 팔렸죠.

뒤이어 나온 엑시노스 4 듀얼은 듀얼코어 시대에 동참하며 갤럭시 S2의 세계 제패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뒤이어 나온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4 쿼드 또한 공정을 45nm에서 32nm로 바꾸고 갤럭시 S3 및 갤럭시 노트2에 들어갑니다. 갤럭시 S4에는 엑시노스 최초의 옥타코어인 엑시노스 5 옥타가 들어갔죠. 그리고 엑시노스는 6을 건너뛰고 ARMv8 아키텍처의 64비트 시대를 맞이하면서 엑시노스 7 옥타가 탄생했습니다.



엑시노스 7 옥타


엑시노스 7 옥타의 최초 등장은 조용히 이뤄졌습니다. 엑시노스 5433이라는 이름으로 갤럭시 노트4에 담긴 채 출시된 것이죠. 다만 이때 당시만 해도 번호를 보면 아시겠지만 엑시노스 5 옥타 계열 가운데 하나로 나왔습니다. 엑시노스 7 옥타로 브랜드가 변경된 것은 나중의 일이죠. 그도 그럴 것이 이때만 해도 엑시노스 7 옥타가 갖는 중요한 의의 가운데 64비트 지원이라는 부분이 아직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엑시노스 5433의 엑시노스 7 옥타 브랜드로의 편입은 갤럭시 노트4 출시 이후 좀 나중에 이뤄집니다.



엑시노스 7 옥타의 주요 특징이 모두 구현된 것은 역시 갤럭시 S6에 들어가면서였죠. 특히 지역에 따라 퀄컴 스냅드래곤과 혼용되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에는 오직 엑시노스 7 옥타만 들어갑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시리즈를 제대로 키워주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14nm FinFET 공정으로 환골탈태


그런데 갤럭시 S6에 들어가는 엑시노스 7 옥타 7420은 14nm FinFET 공정을 채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갤럭시 노트4의 프로세서와 다릅니다. 참고로 갤럭시 노트4의 엑시노스 5433은 20nm HKMG 공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FinFET 공정은 3차원 트랜지스터 구조로 삼성전자가 2000년부터 연구해 온 결과물입니다. 14나노 FinFET 공정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20나노 공정보다 성능은 20% 늘어나고 소비전력은 35% 감소하는 효과를 거둡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 노트4에서 갤럭시 S6로 넘어가면서 엑시노스 7 옥타는 Cortex-A57 코어가 1.9에서 2.1GHz로, Cortex-A53 코어가 1.3GHz가 1.5GHz로 클럭이 높아지고 GPU 또한 같은 Mali-T760을 쓰지만 클럭은 700에서 770MHz로, GPU의 코어 수도 6개에서 8개로 늘어납니다. 그 결과는 사실상 경쟁 제품 가운데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옵니다.




높은 성능과 우수한 열 관리



갤럭시 S6에 채용된 엑시노스 7 옥타의 위력은 간단하게 시험할 수 있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AnTuTu System Benchmark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무려 7만점에 이르는 점수를 보여주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경쟁 제품들은 기껏해야 5만 초반대의 점수를 보여주고 있죠. 게다가 엑시노스 7 옥타 7420이 LPDDR4 메모리를 지원하면서 그 대역폭 또한 늘어나 시스템의 전체적인 성능 향상에도 도움을 줍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다양한 미디어나 이용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가장 큰 약점인 발열에 약한 부분 또한 개선되었습니다. 보통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는 발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프로세서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경우 억지로 한계 클럭 주파수를 낮추는 작업을 하죠. 이걸 보통 스로틀링(throttling)이라고 표현하는데 근래의 제품들 가운데에는 이 스로틀링 한계가 낮게 잡혀서 조금만 써도 성능이 심하면 반토막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S6의 엑시노스 7 옥타 7420의 경우 AnTuTu 기준으로 4회 연속으로 돌려도 6만점 이상의 점수를 보여주는 등 삼성전자에서 여러 면으로 신경써서 내놓은 제품이라는 생각입니다.




당분간 업계를 주름잡을 14nm 엑시노스 7 옥타



경쟁사들의 사정을 볼 때 엑시노스 7 옥타의 성능은 현재 시중에 구할 수 있는 가장 최고 성능의 프로세서 또는 그 수준임은 분명합니다. 이는 스마트폰과 함께 반도체 제조에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만의 대단한 경쟁력으로 이뤄낸 결과겠죠. 아마도 ARM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Cortex-A72 기반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지위를 누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14나노 엑시노스 7 옥타와 함께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를 쾌적하게 즐겨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