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눈이 잦은 겨울입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행복한 계절이지요. 카메라라는 물건을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임무일 것입니다. 카메라를 만드는 많은 제조사가 신제품 출시와 함께 사진에 관련된 이벤트를 준비하는 이유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겠죠. 소비자에게도 제조사에게도 익숙한 이벤트인지라 위화감이 없는 게 장점이지만, 그다지 새로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에 삼성 카메라는 다소 당황스럽고, 이색적인 이벤트를 준비합니다. 카메라로 4K 영상을 찍고, 우주의 달 표면을 찍기도 합니다. DSLR이나 미러리스로 방송이나 영상 등을 찍는 경우야 가끔 실험적으로 이뤄지기는 합니다만, 그걸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경우는 무척 드물죠. 더구나 달 표면을 찍어 지도를 만드는 등의 이벤트는 무척 생소합니다.
‘hitRECord’라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중인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itt)이라는 사람이 운영중인 프로젝트 사이트죠. ‘hitRECord’는 ‘오픈 크라우드 소싱’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창작물을 만드는 곳입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게시하면 이를 이용해서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이곳에서 최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In a City’. 세계 여러 도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모아서 새로운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입니다. ‘In a City’는 세계 각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협동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여러 도시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사용되는 카메라가 바로 삼성 NX1입니다.
삼성 NX1은 지난 9월 삼성이 새롭게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입니다. 카메라 기능만 따지자면 따라올 미러리스 카메라가 없을 정도로 최고 사양 제품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사진이 아닌 4K UHD(3,840x2,160) 화질의 동영상 촬영 능력을 과시합니다. 카메라가 사진이 아닌 동영상 능력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분도 더러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갖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삼성 카메라는 달 표면도 찍습니다. 정확히는 달 착륙지도죠. 1966년 달에 처음 착륙한 구소련의 루나 9호부터 2013년 달로 달아간 중국의 창어 3호까지 20개의 착륙 지점을 살펴볼 수 있는 지도라고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앞서 말씀드린 ‘In a City’와 다르게 동영상이 아닌 사진을 뽐내고 있지만,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진 느낌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전자가 설계, 제작한 렌즈와 삼성 NX 카메라 시리즈를 이용해 지난 5월부터 4개월간 촬영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와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했다는군요.
지도는 전체 지도와 상세 지도로 나뉘어 있는데, 화소당 1.5Km를 담을 만큼 높은 해상도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촬영된 사진은 <이곳>에서 내려받으실 수 있습니다. 달에 있는 바다(?)나 산맥, 운석 구덩이 등의 이름도 함께 적혀있어서 자녀분과 함께 살펴본다면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이런 발상은 다소 엉뚱하지만, 새롭습니다.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는 이벤트는 분명 아니지요. 그러나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영감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동시에 삼성 카메라의 현 위치를 가늠하기도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