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갤럭시 S4, 아이폰5. 모두 좋은 스마트폰들 입니다. 그러나 구입한 사람들 간의 신경전을 보면, 어느 하나는 지구 최강 스마트폰이나 어느 하나는 지구 최악의 쓰레기라도 되는 듯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잦습니다. 분명 좋은 스마트폰인 것을 객관적으로 알고, 이미 객관적으로 검증도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1. 선택 인지부조화 심리 (post-decision dissonance)

매력도가 비슷한(equally attractive) 두 가지 대안 중에서 선택을 할 때면, 선택하는 순간부터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몹시 고민을 합니다. 갤럭시 S4가 나은지, 아이폰5를 사는 것이 더 나은지, 옵티머스 G 프로를 사는 것이 좋은지, 베가 아이언을 사는 것이 좋은지 구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척 고민스러운 문제 입니다. 저마다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갤럭시 S4 후기도 읽어보고, 아이폰5 후기도 읽어보고,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 놓은 글도 열심히 봅니다. 글 자체로 보자면 왜 굳이 다른 제품들과 비교를 자꾸 하나 싶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갤럭시 S4든 옵티머스 G 프로이든, 아이폰5든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나면 내가 구입한 스마트폰의 단점이 보입니다. 내 스마트폰은 배터리 광탈하며 발열이 심한데, 내가 살까 말까 고민했던 스마트폰은 배터리도 오래가고 발열도 없으면 바보짓을 한 것 같아 맘이 불편해집니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것 입니다.

그렇다고 약정기간 2년 남은 스마트폰을 갖다 버리고,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기에도 부담스럽습니다. 현실을 바꿀 수 없으면, 이제 더 쉬운 방법은 마음을 바꾸는 것 입니다. 참 쉽죠.

내가 산 스마트폰은 지구 최강 울트라 슈퍼 짱짱 좋은 스마트폰이라며 과대 평가를 하고,
내가 사지 않은 스마트폰은 몹쓸 스마트폰이라며 평가 절하를 합니다. 

일례로, 아이폰5를 느지막히 구입했는데 갤럭시 S4가 출시되고, 갤럭시 S4에서 탐나는 기능이 많았던 지인 A는 갤럭시 S4 단점 글만 공유를 합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갤럭시 S4 써보니 왜 이리 어려워." "카메라 느려요." 같은 단점 글 하나만 눈에 띄어도 재빨리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를 하며, 갤럭시 S4를 깎아내리기 바쁩니다. 반면 누군가 "스마트폰 처음 써봐요. 아이폰5 신세경이네요." 라고 하면 (처음 써보면 어떤 스마트폰이든 다 좋을텐데요...^^;;) 바로 공유하면 역시 아이폰5가 제일 좋다고 합니다. 비단 아이폰5와 갤럭시 S4 뿐 아니라, 갤럭시 S4와 옵티머스 G프로를 비교하기도 하고, 갤럭시 노트2와 갤럭시 S4를 비교하기도 하고, 이런 비교는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것이 집단이 되면 이런 경향은 더 과도해 집니다. 애플빠를 넘어 앱등이가 되고, 삼성빠를 넘어 삼엽충이라 칭해지는 과한 상태가 됩니다. 스마트폰 하나에 이렇게 격한 감정이 유발되는 것은 동일시 때문일 수 있습니다.



2. 동일시 : 제품 = 나의 위상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로 쓰는 스마트폰에 따라 성향 구분도 하고, 무리지어 서로 내 폰이 최강폰이라며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쪼금 더 그런 경향이 큰 이유는 우리는 제품에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명품백을 들고 다닌다고 사람이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나, 우리는 조금 그런 면이 있습니다. 명품 밝힌다고 욕을 할 땐 하면서도, 상대가 어떤 제품을 들고 다니느냐에 따라 태도가 많이 달라집니다.
옷차림에 대한 몇몇 실험들이 유명하지요. 길에 후줄근한 옷차람의 남성을 서 있게 하고 여성들에게 그 남자에 대한 인상을 묻고 데이트를 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남자의 후줄근한 옷차림에 여자들은 그 남자가 변변찮은 직업도 없을 것이라 예상하였고,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음날 똑같은 남자가 말쑥한 정장을 차려입고 서 있자 여자들은 그 남자의 직업을 전문직일거라 예상하며,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많이 나타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그 사람의 인성이나 능력보다는 그 사람이 사는 집, 타는 차, 입는 옷, 쓰는 제품 등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짙지요. 우리나라의 엄청난 스마트폰 보급율의 이면에는 스마트폰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 하며 나는 스마트폰을 쓰는 스마트한 사람 이라는 이미지를 구매하는 심리도 컸다고 합니다. 최신 스마트폰에 더 민감한 이유도 비슷합니다. 스마트폰 계급도라 하여 왕/세자 부터 노비까지 서열이 있습니다. 재미로 보는 스마트폰 계급이지만 은근히 내가 쓰는 스마트폰이 왕이면 나도 왕이고, 내가 쓰는 스마트폰이 노비이면 나도 노비인 것 같은 동일시가 때때로 일어납니다.



현재의 서열은 갤럭시 S4가 왕인데, 이전에는 분명 왕족에 속했던 스마트폰임에도 불구하고 서열이 밀리면, 마치 나의 신분이 강등되기라도 한 것처럼 불쾌한 것 입니다.
스마트폰 = 나의 또 다른 단면이라고 보지 않으면야 이런 것이 불쾌할 것도 없지만, 불쾌한 느낌이 든 상황이라면 마음이 편해질 또 다른 책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난 원래 이런 순위 경쟁에 관심이 없어. (난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어)."라고 하거나, "이거 잘못된거야. 내 스마트폰이 실제로 훨씬 좋아." 라고 하거나, "갤럭시 S4 좋지도 않드만." 이라고 깎아내려야 편해집니다. 


그냥 좋으면 좋은것이지, 굳이 다른 스마트폰을 깎아내리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이냐고요?
이와 같은 선택 후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발화점은 내 제품의 치명적인 단점 때문입니다. 사고 보니 내가 산 스마트폰의 단점이 확 느껴지는데, 내가 사지 않은 (포기한 대안) 스마트폰의 실질적 장점이 훨씬 많을 때 이런 심리가 일어나요. 달리 말하면, 내가 쓰는 스마트폰의 장점이 마음에 들고, 약간의 단점이 있어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으면 이런 심리는 일어나지가 않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자기 스마트폰은 무척 좋은데, 갤럭시 스마트폰은 나쁘다며 자꾸 비교를 한다면, 자신의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단점에 불만족하고 있고 갤럭시가 부럽다는 심리가 그런 형태로 표출된 것일 수 있습니다. ^^;;